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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ial Arts Globe] 맹크허드 어린이들에게 태권도 가르치기

  • 조회수
    1050
  • 작성일
    2020-03-12
  • 첨부

- Abhishek Omprakash Dubey



 

매우 습하고 더운 날, 나는 뭄바이 맹크허드에서도 가장 으슥한 빈민가를 찾아갔다. 동네에서 벌어진 위험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 때문에 뭄바이에서 30년 넘게 산 나로서도 내딛는 발걸음이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뭄바이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도 맹크허드를 비롯한 여러 빈민가는 함부로 접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맹크허드를 찾은 건 내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노 선생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맹크허드 아이들에게 공예 및 미술 교육 봉사를 해온 노 선생님은 아이들이 신체 활동에 참여하고 스포츠 정신을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게 3개월간 태권도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노 선생님의 제자로서, 또 태권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소외 계층 아이들이 대다수인 빈민가에서는 기본적인 위생 수준과 깨끗한 물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비싸고 사치스러운 것이었고 무예를 배우는 것은 꿈꿀 수 없는 일이었다.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고 신체를 단련하는 데에 신체활동이 매우 효과적임에도 빈민가 아이들은 살면서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photo of taekwondo lessons.png


아이들과의 첫 수업은 20128월이었다. 당시 아이들을 만나러 가며 새로 시작하는 수업과 그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윽고 앞으로 수업할 60평 남짓한 공간에서 6명의 아이들과 처음 만났다. 무예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던 아이들의 눈동자는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에는 협동이 필수인 만큼 첫날에는 서로 친해지고 태권도의 기본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보통 아이들은 재미없는 것은 배우려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한 장소에 아이들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업 중 아이들이 최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협동과 유대감의 중요성을 느끼고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신체로부터 온다는 것을 느끼게끔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위해서는 동네 유지들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틈만 나면 동네 사람들이 재미 삼아 도장으로 몰려와 문에 돌을 던져 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뛰어나가 육탄전을 벌였는데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몸싸움 벌이는 일을 아이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만큼 수업 진행도 어려웠다. 아이들 사전에 평화로운 해결책은 없었고 많은 일에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몸싸움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잘못된 방식을 고수할까 염려스러웠다. 그렇게 되면 공동체에 살아가면서 지속해서 싸움에 휘말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점차 나는 아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단순히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아이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나누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수업 시간에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야 하는 게임을 진행하여 아이들에게 우정과 협력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권도 수업은 맹크허드 아이들이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수업이 되었다. 가족의 허락을 받지 못해 여자아이는 한 명도 없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수업을 들으러 찾아왔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예의 중요한 본질이 되는 도복을 나눠줬는데 이를 통해 도복과 도장, 그리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3개월간의 수업은 아이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시범 공연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아이들은 스포츠에 참여하고 무예를 배우며 누구보다 즐거워했다. 태권도를 배우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신체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학교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종교와 경제 수준이 다른 아이들도 운동할 때만큼은 다 같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접하게 되었다.

 

대규모 인구, 교육 구조, 급성장 중인 경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열망하는 번영 사회와 우리의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장담하건대 스포츠와 무예는 사회와 공동체의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청소년은 어린 시절에 스포츠와 무예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권리가 실현되는 질 높은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빈부 격차가 작은 바람직한 사회구조와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

 

 

※ 본 글은 센터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