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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ial Arts Globe]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태권도를 통한 장애인의 긍정적 변화

  • 조회수
    20
  • 작성일
    2020-09-08
  • 첨부

 

(C) mariannebos

 

 해당 영상은 자폐증을 가진 William(가명)이 수업 전에 돌려차기를 연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용섭


글쓴이(김용섭, 32)는 미국 Indiana University-Bloomington에서 Recreational Therapy 박사 과정을  태권도 4단과 합기도(국술)1단 유단자이며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10년간 태권도를 지도하고, 에티오피아에서 체육교사로 2년간 태권도 및 신체활동을 가르친 경력이 있습니다. 취약계층 청소년의 무예참여를 통한 심리적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나는 태권도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어느 한 체육관 입구에 들어섰다. 키가 160cm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체육관 강당 앞 쪽 전신 거울에 서서 마치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는 듯이 돌려차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 뒤편에는 휠체어에 몸을 기댄 뇌성마비를 가진 남자 아이가 힘겹지만 정확한 동작으로 주먹지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른편에 있던 다운 증후군 장애가 있는 예쁜 미소를 가진 두 아이는 나에게 다가와 선뜻 말을 건넸다. 그 때 마침 10살쯤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내 뒤쪽으로 와 엉덩이를 걷어차고 신난다는 듯 팔을 휘저으며 뛰어갔다. 강당 저편으로는 그런 아이의 행동에 꽤나 당황해 하는 부모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곳은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인디애나YMCA 장애인 태권도 도장이다.


YMCA 장애인 태권도 도장은 장애의 편견과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 볼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공간이다. 이 곳을 알기 전 나에게 ‘장애’란 단순히 ‘불편하고, 아프고, 힘든’ 이란 형용사가 따라붙는 단어에 불과했다. 태권도 수련이 비장애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전부터 경험해 익숙하게 알고 있었지만, 장애인들의 관점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미국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복지가 좋은 편 임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상 도움이 필요한 존재’, ‘일반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음’,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낌’ 등과 같은 편견이 있었다(Easterseals, n.d). 이는 장애인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의 부족에 의한 편견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편견일 수도 있다. 나는 인디애나YMCA 장애인 태권도 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무예의 본질적인 가치들을 탐구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정책적인 부분들의 변화까지 이루어지길 바라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태권도 도장의 수련생 17명은 모두 태권도를2년 이상 수련한 청소년/청년들이며 그 중 5명은 태권도를3년이나 배운 나름 베테랑 수련생들이었다. 수련생 모두 자폐증, 발달장애, 신체장애, 행동장애 등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1명의 지도자와 4명의 봉사자가 함께하고 있다. 비록, 장애가 있어 수련하는 속도는 비장애인들과 차이가 있지만, 그간 수련으로 쌓인 품새의 정확도나 향상된 근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는 연구를 위해 총 8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태권도를 통한 자녀들의 건강 효과나 어려운 점에 대해 인터뷰 했다. 인터뷰는 개별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평균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태권도의 어떤 부분을 가장 큰 순기능으로 여겼을까? 8명의 부모들이 각기 다른 경험을 들려주었지만, 첫 번째 공통적인 부분으로 사회성이 향상되었다고 강조하였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증을 가진 아동/청소년은 공동체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규범에 벗어난 절제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어느 한 특수 교육 교사의 경험에 의하면 자폐를 가진 학생들은 간혹 수업을 방해하기도 하고, 교우들과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태권도 수련은 규율, 절제, 배려가 몸에 자연스럽게 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ADHD 또는 자폐증을 가진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련 공간에 들어오면 누구나 머리를 숙여 사범님과 공손하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수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눈을 감고 몇 분간의 명상 시간을 가진다. 부모들은 행동장애가 있는 자녀가 움직이지 않고 몇 분간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다가 직접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두 번째로 강조한 부분은 신체적인 발달이다. Amy(가명)는 다운 증후군을 가진 20살 여성 수련생이다. 태권도를 배운 지는 4년이 넘었고 최근 빨간띠를 취득했으며, 가장 잘하는 발차기는 상단 돌려차기이다. Amy가 4년간 태권도를 배우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다운 증후군의 특성상 과도한 유연성 때문에 하지 골반이 자주 탈골 되었는데 그 때마다 태권도를 일시 중단해야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태권도를 통한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상지와 하지의 근력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발달하였으며, 하지의 균형성을 유지하고 신체 동작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협응성* 또한 좋아져 하지탈골의 빈도수가 낮아졌다.

*협응성(協應性): 신체의 신경 기관, 운동 기관, 근육 따위가 서로 호응하며 조화롭게 움직이는 성질(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셋째로는 인지 능력의 발달이다. William(가명)은 태권도를 배운 지 4년차가 되어가는 YMCA 장애인 태권도 도장에서 가장 오래된 수련생이다. 항상 누구보다 먼저 도장에 도착해 전신 거울을 보며 막기, 발차기 등 기본 동작들을 연습한다. 자폐증을 가진 21살William이 승급 심사에서 태극 5장을 완벽하게 해냈을 때의 감동을 결코 잊지 못하겠다.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스럽게 기억을 더듬어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숨죽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었다. William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그가 태권도를 통해 신체 동작을 정확히 기억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이전보다 확연히 좋아졌으며 평소 하지 못했던 동작들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태권도 수련 여부에 따라 ADHD 청소년들의 인지 수행능력이 월등히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Kadri et al., 2019)도 있다.


본 글의 첫 문단에서 내 엉덩이를 차고 신나게 달아났던 Braden (가명)은 올해 초 파란띠를 취득했다. 최근 들어, 함께 수련하는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나서서 시범을 보일 뿐만 아니라, 명상 시간에도 차분하고 집중된 모습을 보여준다. 1년 전 태권도를 시작하기 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 부모뿐 아니라 함께 하는 봉사자들도 이런 Braden의 변화를 보고 놀라곤 한다. 1년 전 사범님의 엉덩이를 차고 도망 다녔던 Braden은 이제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그러곤 웃으며 안부를 묻는다.  “How are you? Mr. Kim? (안녕하세요, 사범님?)” 나는 William, Amy, 그리고 Braden과 같은 장애인 청소년들이 태권도 수련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들을 직접 보고, 부모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태권도는 신체적/지적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인지적 건강을 위한 치료적 목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Easterseals n.d., Myths and facts about people with disabilities, viewed 31 July 2020, <
https://www.easterseals.com/explore-resources/facts-about-disability/myths-facts.html#content>
Kadri, A., Slimani, M., Bragazzi, N.L., Tod, D. and Azaiez, F., 2019. Effect of taekwondo practice on cognitive function in adolescents with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16(2), p.204.


※ 본 글은 독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