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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ial Arts Globe]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진행된 노인들의 즐거운 도전

  • 조회수
    747
  • 작성일
    2020-12-14
  • 첨부

김용섭


 

 

글쓴이(김용섭, 32)는 미국 Indiana University-Bloomington에서 Recreational Therapy 박사 과정을  태권도 4단과 합기도(국술)1단 유단자이며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10년간 태권도를 지도하고, 에티오피아에서 체육교사로 2년간 태권도 및 신체활동을 가르친 경력이 있습니다. 취약계층 청소년의 무예참여를 통한 심리적 건강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대믹으로 인한 노인들의 고립감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Robb et al., 2020). 지난 3월 느닷없이 찾아온 COVID-19은 전세계 인구를 위협하고 많은 죽음을 초래했다. 그 중 특히, 노인들의 건강이 치명적인 위협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코로나로 인한 죽음의 10명 중 8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며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0), 아직도 많은 노인들은 이러한 사실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불안감과 우울감을 감소시키고 (Mochcovitch et al., 2016; Strawbridge et al., 2002), 행복감과 주관적인 건강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Kaleta et al., 2006; Kim et al., 2020),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Kim et al., 2017). 태권도는 이러한 점에서 노인들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아울러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신체활동으로 여겨진다.


본인이 속해있는 Indiana University School of Public Health 연구팀은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블루밍턴에 위치한 Retirement Community Center 에 거주하고 있는 10명의 백인 노인들에게 신체 및 정신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태권도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미국에서 태권도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노인들이 태권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지역사회 내에서 태권도 수업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의 인적, 물적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센터의 참가자들이 태극권, 요가 또는 걷기와 같은 운동들은 경험해보았으나 태권도는 모두 처음 참가한다고 밝혔다. 태권도 수업은 다목적 강의실에서 주 1회 약 50분간 진행이 되었으며, 스트레칭과 기본동작 (막기, 지르기, 서기), 그리고 발차기 연습으로 진행되었다.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79세였으며 남자 참여자 2명과 여자 참여자 8명 그리고 Recreational Therapy 전공의 대학원생 봉사자 3명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였다.


비록 코로나 팬대믹으로 인해 약 8주간의 연습으로 그쳤지만, 참여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매번 인터넷에서 태권도 동작을 보고 연습해 오는 참가자가 있었는가 하면, 하얀 종이에 빼곡히 한국어를 적어와 ‘차렷’, ‘주춤서기’와 같은 어려운 발음을 연습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본인들이 참여하기에 제한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역동적인 동작들이 다른 운동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함과 힘찬 느낌을 주었다고 언급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특히, 동작마다 넣는 힘찬 기합소리가 처음에는 모두 어색했지만 날이 갈수록 동작에 힘과 역동성을 불어넣어주는 활력제가 되었고 수련시간을 뜨겁게 채워주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진지한 태도와 태권도를 통한 건강 효과는 극명하게 나타났다.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태권도 동작이 다른 신체활동과 비교했을 때 파워풀한 동작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주 반복되는 막기 동작과 지르기 동작이 체화되고 숙달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라고 언급했다. 한 남성 A참가자 (72세)는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명칭에 맞게 수행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날이 갈 수록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지적인 부분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여성 참가자 M (69세)는 발등으로 타겟을 차는 행동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경험인데, 그 느낌과 찰나의 경쾌한 소리는 매우 신나는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프로그램 초반에 노인들이 서기 동작과 막기 동작을 동시에 수행할 때 비틀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동작을 조화롭게 수행하는 발달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태권도는 한국의 문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한 참가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태권도에 깃든 한국의 문화를 배워나가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미국내에서는 고맙다고 표현을 할 때 ‘Thank you’라 표현하고 악수를 하는데, 태권도에서 상호간의 경례를 통해 상대방을 높이고 존중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몇 몇의 참가자들은 태권도 수업을 통해 언어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인터넷을 통해 태권도 용어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문득 높임말 사용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며 상호 존중과 윗 사람에게 달리 사용되는 언어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했다. 다른 한 참가자는 한국전쟁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관련된 자료를 가져와 수업시간에 나누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누군가에겐 특별하고 고유한 가치로써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다.


물론, 제한적인 부분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각자 만성적인 질병 또는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참여자 A (75세)는 왼쪽 팔과 다리의 제한적인 움직임과 균형성으로 동작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참여자 R (72세)는 부족한 하체근력과 어지러움증으로 지속적인 입식동작이 어려워 좌식 상태에서 동작을 수행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에는 3명의 봉사자들이 있었는데, 인지능력 부조화로 인해 수행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조해주는 역할이 없었더라면 전체적인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에는 노인들의 태권도 참여에 관한 여러 연구와 논문이 있는 반면에 서구문화권에서는 노인들에 대한 태권도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태권도는 수련하는 과정에서 지도자와 수련자의 사회적인 순기능도 큰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어느정도 숙련도가 도달했을 경우 스스로 수련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태권도를 통한 노인들의 역량 강화는 극심한 코로나 팬대믹의 역경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서 한 노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태권도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도전 (Pleasant challenge)’입니다.” 태권도가 노인들에게도 좋은 신체활동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20). Coronavirus (COVID-19): symptoms of coronavir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symptoms-testing/symptoms.html.
Kaleta, D., Makowiec-Dąbrowska, T., Dziankowska-Zaborszczyk, E., & Jegier, A. (2006). Physical activity and self-perceived health status. International journal of occupational medicine and environmental health, 19(1), 61-69.
Kim, J., Kim, J., Kim, Y., Han, A., & Nguyen, M. C. (2020). The contribution of physical and social activity participation to social support and happiness among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Disability and Health Journal, 100974.
Kim, J., Lee, S., Chun, S., Han, A., & Heo, J. (2017). The effects of leisure-time physical activity for optimism, life satisfaction, psychological well-being, and positive affect among older adults with loneliness. Annals of Leisure Research, 20(4), 406-415.
Mochcovitch, M. D., Deslandes, A. C., Freire, R. C., Garcia, R. F., & Nardi, A. E. (2016). The effects of regular physical activity on anxiety symptoms in healthy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Brazilian Journal of Psychiatry, 38(3), 255-261.
Robb, C. E., de Jager, C. A., Ahmadi-Abhari, S., Giannakopoulou, P., Udeh-Momoh, C., McKeand, J., ... & Middleton, L. (2020). Associations of social isolation with anxiety and depression during the early COVID-19 pandemic: a survey of older adults in London, UK. Frontiers in Psychiatry, 11.
Strawbridge, W. J., Deleger, S., Roberts, R. E., & Kaplan, G. A. (2002). Physical activity reduces the risk of subsequent depression for older adults.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156(4), 328-334.

 

※ 본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