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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ial Arts Globe] 날카롭게 해외에 진출한 한국 무예 영화 ‘검객’

  • 조회수
    52
  • 작성일
    2021-03-11
  • 첨부

Gene Ching (진흥화 / 陳興華)

 

Gene Ching은 소림여행(Shaolin Trips)의 저자이며 20년 간 북미 잡지 쿵후 타이치의 출판인으로 있었다. 중국 허난성 소림사에서 32세대 무예인으로 수련을 하였으며 공인 펜싱 프로보스트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무기 쓰는 인간 : 전쟁의 예술에 무기 전문가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영화는 매체 특성상 파급력이 좋아 일반 대중에게 무예를 소개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이다. 좋은 액션 영화 한 편만큼 세계인의 관심을 주목시키는데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대부분 허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지만 무예 영화는 감독이 속한 국가 고유의 예술적 특질과 문화적 다양성이 녹아있다. 특히 시대극에는 의상과 설화, 철학 등에 깃든 민족 고유의 요소들이 잘 드러난다. 비록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은 격투 장면 사이에 부수적으로 등장하지만 지구촌 전체의 문화 교류와 상호이해 증진에 도움이 된다.


사실 가벼운 오락거리로 제작되는 무예 영화가 대부분이다. 진부한 내용에 폭력적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B급 영화가 많다. 하지만 '용쟁호투(1973)', '베스트 키드(1984)', '와호장룡(2000)' 같이 무예 영화의 판도를 뒤집은 명작도 충분히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쿵후 영화와 일본의 사무라이 장르 영화들은 아시아의 무예를 전 세계에 알렸다. 이제 인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영화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한국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영화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Schindel, 2020).


한국 영화는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Brzeski, 2021). 최근 개봉한 '검객'은 영화 한 편이 어떻게 문화 교류의 장을 열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팬데믹의 여파로 원래 개봉일보다 일주일 늦은 2020년 9월 23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한 '검객'은 10월 동안 아시아 국가들에서 개봉하고 2021년에는 북미 시장까지 진출했다.


 

<검을 뽑다>
'검객'은 청나라로부터 자주 침략을 당하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다른 무예 영화들과 비교해 등장인물들은 다층적이고 매력이 살아있다. 장혁이 연기한 태율은 조선 최고의 검객이다. 시력을 잃어가던 그는 딸 태옥(김현수)과 함께 산에서 은둔 생활을 한다. 실제로 태권도와 절권도를 오랫동안 수련한 장혁은 격투 장면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태율의 숙적 민승호는 배우 정만식이 연기했다. 민승호는 부패한 조선의 조정에서 옳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는 조용하고 노련한 고수이다. 극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청나라 황족 ‘구루타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유도챔피언 출신 배우 조 타슬림이 연기했다. 조 타슬림은 2010년 작 '레이드'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후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2013)', '스타트렉 비욘드(2016)' 등 굵직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이소룡이 생전에 기획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미국 드라마 '워리어(2019~2020)'에도 출연했다. 4월 개봉을 앞둔 '모탈 컴뱃' 리부트에도 출연 예정이다.


'검객'은 무예 영화의 오랜 문법을 따른다. 음모와 압제, 악행, 복수, 명예, 무사의 도가 사라진 이기적인 세상에서 최고의 검객이 되기 위한 대결 등이 복잡하게 얽혀 거대한 서사를 완성한다. 태율과 민승호, 구루타이는 각자의 이유로 서로를 결투장에서 만나지만, 결국 세 남자의 운명은 모두 검과 피로 결정된다.


영화 속에서 검이 뽑힐 때마다 폭발적인 검술 액션이 펼쳐진다. '검객'의 액션은 박진감 넘치는 촬영기술과 어지러운 난투극의 향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태율이 수십 명의 소총수를 베는 43초 길이의 싱글 테이크 장면이 돋보인다. 무예인들이 보기에 대부분의 영화 속 검투 장면은 그저 겉만 화려한 흉내 내기로, 실제 검투에서 볼 수 있는 스타카토 리듬이 부재한다. 하지만 '검객'은 영화적 자유가 가미되긴 했지만, 적을 속이는 움직임과 실전의 스타카토 리듬을 묘사하여 진정성을 더했다. 좋은 무예 영화의 공식에 따라 '검객'의 액션 장면은 최후의 대결로 갈수록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미권 관객에게 영화 속 검술은 일본의 찬바라나 중국 무예의 중간쯤으로 보이겠지만, 이는 두 무술의 장르 영화가 먼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야금술이 발달한 여느 나라가 그렇듯 한국 또한 고유의 전통 검술이 있다. 한국의 태권도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무예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 고유의 검술은 해외에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영화 <검객>이 한국 전통 검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박진감 넘치는 검투 장면 외에도 '검객'은 조선의 문화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사상적으로, 효, 충, 인내 같은 아시아의 이상적 가치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조선 시대의 패션으로, 특히 갓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대부분의 영미권 관객은 '검객'에서 조선의 갓을 처음 접할 것이다. 영화 한 편이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더욱 이해하게 될 때, 세계평화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좋은 영화 한 편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