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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artial Arts Globe] 내가 좋아하는 무예를 뽐내볼까요?

  • 조회수
    57
  • 작성일
    2021-08-31
  • 첨부

이소


쓰고 그리고 수련하는 사람. 인터뷰, 카드뉴스 등 온라인 기반의 텍스트와 이미지 콘텐츠 제작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


개인생활에서는 검도 수련을 하는 생활체육인. 수련 일상을 소재로 글과 그림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도장에서 새 사람을 맞는 문지기 역할을 하지만 사실 낯을 좀 가립니다. (Instagram: @life_kendo)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수련하는 무예에 대해 말해본 적 있나요? ‘오늘부터 운동뚱’이나 ‘노는언니’, ‘골때리는 그녀들’ 같은 운동예능이 많이 나오는 요즘, 몸 움직이는 이야기를 꺼내는 게 더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제가 수련하는 검도에 대한 말을 종종 꺼내게 되었네요. 동네친구나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친구 등등. 가까운 사람들은 제가 검도하는지 다들 압니다.

 

몇몇 친구들에게 말하는 경험도 좋지만, 저는 다수의 사람에게 무예 이야기를 꺼내본 경험이 있습니다. ‘Zoom’ 이라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검도 수련경험에 대해 말해본 건데요.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험공유회 형식으로 수련 이야기를 꺼내는 자리였습니다. 



 


발표 시작 전부터 걱정이 앞섰어요. 검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검도 얘기를 꺼낼지.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분야와 달리 크게 인기가 없을 이 무예의 수련경험에 대해 들어줄 사람이 있을지. “꾸준한 운동과 건강은 모두의 화두이니까요. 오랫동안 검도 수련을 해온 입장에서 경험을 나눠주시는 게 유의미할 거라고 생각해요.” 경험공유회로 저를 초대해준 분의 말을 믿고 Zoom 화면을 켰습니다.

 

사각형의 모니터 화면이 꼭 하얀 직사각형의 선으로 그어진 검도 시합장 같았습니다.

시합, 아니 발표가 곧 시작됐어요.

 

 

주고 받았기에 완성된 자리

 

“평소에 쓰고 그리고 수련하는 사람으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그냥 동네 주민체육센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언니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세요.”

 

처음에는 준비해온 발표자료와 대본을 번갈아 보다가, 나중에는 대본을 안 보고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긴장으로 머릿속이 하얘졌던 진공의 40분. 처음에 겁낸 것과 달리, 하고싶은 말이 조금씩 떠올라 몇 가지 말들을 전해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무예를 수련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긍정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싶었나봅니다.

 

“몸에서 시작한 건강함이 마음에 영향을 주고, 그게 다시 몸에 영향을 끼치는 사이클이 있어요. 이 과정을 경험해보시면 좋겠어요.”

 

“몸으로 하는 성취는 단순히 건강해진다는 차원만이 아닌 것 같아요. 누가 가져가지 못하는 나만의 지식을 쌓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몸으로 배우고 익힌 건 누가 가져갈 수 없으니까요.”

 



‘나만의 지식’이라는 말을 할 때 수련과 부상, 심사와 시합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나봐요. 가슴께가 욱신거리더라고요. 한참 수련하다가 부상이 온 적도 있고, 시합에 나갈 때는 긴장에서 울기도 했던. 승단심사 때는 집중하면서 긴장감의 벽을 넘어섰던. 평소에 일일히 떠올리고 살진 않지만 제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았던 좌충우돌 시도들. 그런 경험을 거쳐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건낼 수 있게 돼 뿌듯했습니다.

 

 

발표 후 사람들의 ‘말말말’

 

발표 후 질의응답이 진행됐어요.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고,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온 자기만의 운동 이야기를 공유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고 누군가가 질문하는 자리. 도장에서 하는 대련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네요. 대련은 눈앞에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잖아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이야기도 꺼낼 수 없는 것이지요. 내가 말하고 이 사람들이 들어줬기에 완성되는 자리. 그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발표 화면을 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실시간으로 진행된 채팅들도 있더라고요. 그 내용을 봤는데 반응들이 다채로워 깜짝 놀랐습니다.

 


 

“수련할 때 잡생각이 안 나는 상태가 된다니 너무 좋네요!”

“대련을 통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깨달으셨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화면으로 본 게 팔의 근육 갈라진 게 맞나요? 멋있어요!”

 

발표할 때 노트북 카메라로 팔이 잠깐 비쳤거든요. 그 순간 팔 부분의 전완근이 선명하게 보였나봐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런 반응을 혼자 조용히 배를 부여잡으며 보았네요.

 

검도하면서 생겨난 경험과 감정. 그 끝에 성장한 자신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어요. ‘누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겠어’ 라는 걱정은 ‘자꾸 말하다 보니 더 커지고 의미

있어지는구나’의 방향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그날 진행된 1시간 반 동안의 발표에서 저의 쉼 없는 애정공세를 들으며 느끼셨겠지만, 좋아하는 무예를 덕질하는 일은 수고롭지만 꽤 즐겁습니다.

 

삶에서건 도장에서건, 다들 몸과 마음을 담금질하는 자신만의 시합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본글은 저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