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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ices of Youth] 몸에 대한 차별을 몸으로 극복하기(조민지 - 2024 글로벌 대학생 무예 수련회 참가자)
몸에 대한 차별을 몸으로 극복하기 조 민 지 (2024 ICM 글로벌 대학생 무예 수련회 참가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재학 중) 뜨거웠던 여름, 충주에 모인 우리는 그 어떠한 소외도 차별도 겪지 않았습니다. 성별과 인종, 국적은 달라도 무예와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친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UNESCO ICM 글로벌 대학생 무예 수련회를 통해 30명의 친구와 함께한 5일은 저에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 대해 고민하고, 스포츠와 무예가 가진 잠재력을 통해 사회적 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크리스 쉴링은 『몸의 사회학』을 통해 몸에 대한 이론화 과정에서 어떻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식 속에 내포되었는지 설명합니다. 17세기 말까지는 성별화되어 있지 않은 몸을 상정하였지만, 18세기 계몽주의적 평등주의 사상가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문화적 차이가 생물학적 몸에 근거한다고 주장하며 성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제시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19세기에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배경에서 남성의 불안이 여성의 몸으로 전이되어, 여성의 몸이 병리적 속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세기에는 여성의 열등함에 대한 유전학 이론인 사회 생물학을 통해 차별을 정당화하고 이를 보수 이데올로기 진영과 통합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해부학과 생물학적 차이에 기반한 남녀 범주화가 이루어졌기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생물학적인 차이에 따른 젠더(gender) 구분과 차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스포츠는 몸이라는 공간에서 몸을 매개로 발생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겪는 경험들은 몸에 새겨져 기억되며 지식으로 전환되고 몸의 퍼포먼스로 연결됩니다.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몸의 상호작용은 빈번하고 밀접하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몸을 기점으로 일어나는 차별을 몸을 통한 움직임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폭력 문제는 각 집단의 분리와 격리, 그리고 소외에서 발생합니다. 충돌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서로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무예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대학생 무예 수련회를 통해 모두 같은 동작을 시도하고,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동작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며 공동의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무예는 투기 스포츠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타 스포츠와 다르게 동작을 익히는 한편 정신을 수양한다는 강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같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택견의‘품밟기’와‘활개짓'을 배우고 서로에게 ‘딴죽'을 시도해 보면서 우리의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한 학기 동안 교양 수업으로 ‘태권도’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었지만 남녀 구분 없이, 태권도를 배워보고 싶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저의 몸은 때로는 다른 학우가 잡고 발차기를 연습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되었고, 저 역시 학우들이 들고 있는 미트(mitt)에 의지하여 다양한 동작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를 통해 몸의 교류를 경험하고 서로를 믿었기에 우리는 단지 같은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을 넘어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브루나이에서 열린 ASEAN+3 Youth Cultural Forum 활동을 통해 동남아시아 무술인 실랏(Silat)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실랏을 배우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몸을 보고 연습하고, 도움을 주며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였지만, 실랏을 통해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택견, 태권도, 실랏 등의 무예를 통해 남녀 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기억합니다. 몸은 삶의 방식과 가치가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우리와 분리할 수 없는 기억의 공간입니다. 나의 몸은 내가 거쳐온 여러 동작과 생각들을 담고 있습니다. 무예를 통해 제 몸은 차별을 극복한 평등한 시선을 경험하였고 저는 이 기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더 많은 이들이 무예의 움직임과 사유를 통해 젠더와 더불어 여러 차별을 통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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